NOTICE  |  학교 일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개벽>(1926) -

우리반 열쇠고리를 바꾸었다. 주말에 홍대입구 프리마켓에서 예쁜 손글씨로 책갈피와 열쇠고리 등을 만들어 파는 분이 계셔서 하나 장만했다.



지금은 '까불다', '덤벙대다'를 속되게 부르는 말로 사용하고 있지만, '깝치다'라는 말은 원래 '재촉하거나 서두르다'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올 한 해, 우리 모두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말자.
새봄을 맞아 곧 피어날 언덕길의 꽃망울들, 고개숙여 한 번 들여다보며 살자.
우리들만의 이 작고 네모난 교실에도 봄은 다시 찾아온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당당하게 살아보자.
길지 않은 우리 삶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시간이 공허한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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